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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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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보다 모텔이 좋아” ‘MT’는 모텔, ‘CD’는 콘돔의 약칭

기사입력 2007-11-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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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도 없는데, MT나 갈까?”“CD는 있겠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커플이 백화점을 다정하게 거닐다 나누는 대화다.

 

이들이 말하는 MT란‘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던 멤버십 트레이닝이 아니다. 엠티는 모텔, 시디는 콘돔의 약칭이다.소위 엠티로 불리며 자연스레 언급된‘모텔’이란 말에서 이들이 얼마나 모텔을 쉽게 드나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불륜의 온상지’로 인식되던 모텔에는 대학생들로 가득하다. 여대생들이 자주 보는 잡지에는‘커플끼리 가기 좋은 모텔’이란 주제로 각 지역 모텔 정보가 수록돼 있는가하면 포탈 검색창에‘모텔’이라고 치면 전국 모텔 정보들이 주르륵 늘어진다.


대학생들이 모텔을 쉽게, 또 자주 이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텔 이용비는 시설에 따라 틀리지만 평균 대실이 2만원, 숙박이 3만원이다.


좀 더 저렴한 곳은 대실 8천원인 곳도 있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모텔 내부에는 월풀 욕조서부터 대형 PDP와 최신식 컴퓨터 등 고급시설과 최신 영화까지 상영해주고 있다.


DVD방 이용료가 만원에서 만오천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모텔을 이용하는 쪽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더군다나 무인모텔이 많아 카운터에서 머쓱하게 키를 받아 올 필요도 없고, 누가 보기라도 할까 노심초사 긴장할 필요도 없다.


대학가 인근 모텔들은 대학생 고객을 겨냥한 듯 보이는‘커플 피씨 완비’나‘피씨방 보다 빠른 100메가 광랜 설치’,‘모텔 속 영화관’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너도 나도 걸어놓고 있다.


대구지역 모 대학에 재학 중인 K군은“컴퓨터며 티비, 간단한 먹을거리도 마련돼 있으니 다른데 가서 이중으로 돈 쓰느니 여러모로 편리한 모텔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이상하게만 보면 끝도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도 외에 학습 장소로도 이용하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사실 청소년도 아니고 엄연한 성인인데 문제될 것도 없고, 어떻게 보면 창문에 신문지 한 장 깔아 놓았던 비디오방 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비난의 의견도 많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6)는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공부하러 모텔을 간다는 말은 그럴듯한 변명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재학 시절에 술에 취한 남녀 학생들이 숙박업소에 가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꼭 문제가 생겼고, 흔히 말하는‘사고’를 쳤다”며“혈기 왕성한 나이에 그런 장소를 자주 드나드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텔 내에는 각종 성인채널을 방영하고 있는데다 야릇한 조명까지 더해져 면학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콘돔 등 필수용품이 갖춰져 있지 않은 곳도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생 자녀를 둔 이모(51)씨는“모텔을‘MT’라고 하는지 처음 알았다. 앞으로 엠티 간다고 하면 의심 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아무리 성인이라지만 그런 곳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 만큼 그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특히 갓 입학한 학생들은 자칫 문란한 문화에 빠져버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학교 근처에 모텔이 계속해서 들어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는“200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사된 에이즈 환자 중 3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에이즈 잠복기는 통상 10년으로 최초 감염 시기는 20대로 볼 수가 있다”고 설명하며“청결과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에서 계획 없이 이뤄지는 성행위는 에이즈 감염 등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운 성 연구소장 장명란 교수는“실제로 대학생들의 성교육을 하다보면 모텔에서 첫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통상‘성적표현의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모텔이라는 공간이 대학생들의 문화로서 정착돼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20대는 성욕이 왕성할 때며 성적 접근 또한 쉬워지는 시기다. 막연히‘이제 성경험을 해도 된다’ 혹은 ‘의례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성행위를 시작하게 되는 20대는 성주체로서 어디서 누구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우발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모텔에서의 성경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희민 기자 (jcm54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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